머플러가 경기장 티켓이 된다?

유럽 축구가 실험하는 ‘NFC 커넥티드 머플러’

경기장에 입장하기 위해 스마트폰에서 모바일 티켓을 찾거나 QR코드를 띄우는 대신, 목에 두르고 있던 구단 머플러를 게이트에 태그하고 바로 입장한다면 어떨까요?

프랑스 프로축구 구단 Dijon FCO(DFCO)가 2026/27 시즌부터 실제로 도입한 방식입니다.

DFCO는 시즌권 구매자에게 NFC 칩이 내장된 공식 구단 머플러를 제공하고, 이 머플러를 경기장 입장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단순히 티켓의 형태만 바꾼 사례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티켓, 멤버십, MD, CRM을 하나의 물리적인 팬 아이템으로 연결하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FC St. Gallen 웹사이트

2026/27 시즌, DFCO가 도입한 NFC 머플러

DFCO는 2026년 5월 19일 2026/27 시즌권 판매 계획과 함께 새로운 시즌권 경험을 공개했습니다.

핵심은 NFC 칩이 내장된 공식 구단 머플러입니다.

시즌권 구매자에게 머플러가 제공되고, 머플러 내부에 탑재된 NFC 칩을 이용해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DFCO는 이를 경기장에 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입장할 수 있는 우선적인 입장 방식(moyen d’accès préférentiel)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관중들이 동일한 구단 머플러를 착용하게 함으로써 경기장 전체를 구단의 상징색으로 채우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즉, Ticketing + Merchandise + Fan Identity 를 하나로 결합한 셈입니다.


실제 이용 방법은 어떻게 될까?

DFCO가 공개한 이용 절차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① 시즌권 구매

팬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을 통해 시즌권을 구매합니다.

② 개별 QR코드 발급

온라인으로 시즌권을 구매하면 시즌권마다 개별 이메일이 발송됩니다. 이메일에는 머플러 수령을 위한 QR코드가 포함됩니다. 가족 4명이 각각 시즌권을 구매했다면 4개의 개별 이메일이 발송되는 구조입니다.

③ 머플러 수령 및 연결

QR코드를 이용해 공식 머플러를 수령하고, 해당 시즌권과 머플러의 NFC 정보를 연결합니다.

④ 경기장 입장

경기 당일에는 QR코드를 스마트폰에 띄우는 대신, 머플러를 경기장 NFC 리더기에 태그합니다. 정상적인 시즌권이라면 입장이 승인되고 게이트가 열립니다.


머플러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핵심 기술은 NFC(Near Field Communication)입니다. 교통카드나 NFC 출입카드와 유사한 원리입니다.

머플러 내부에는 NFC 태그가 들어 있고 경기장 게이트의 NFC 리더가 이를 읽습니다.

개념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구조입니다.

NFC 머플러경기장 NFC Reader시즌권 검증 – 유효한 입장권한 확인Gate Open입장 기록 저장

따라서 머플러에 회원의 모든 개인정보를 저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머플러는 시즌권을 호출하거나 식별하기 위한 Physical Credential, 즉 물리적인 인증매체 역할을 하고 실제 시즌권 상태와 입장권한은 시스템에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DFCO가 세계 최초일까?

아닙니다. 현재 확인되는 유럽 축구 사례를 보면 DFCO 이전에도 NFC 머플러를 활용한 실험과 상용화 사례가 존재합니다.

흐름을 보면 기술의 발전 과정이 더 재미있습니다.

2022 — 1. FC Köln

독일 1. FC Köln은 2022년 AC Milan과 진행한 Innovation Game에서 NFC 머플러를 실험했습니다.

약 1,000개의 NFC 기반 팬 머플러가 제작됐으며, 팬들은 머플러를 경기장 입장권으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 입장에 그치지 않고 경기 중 실시간 콘텐츠와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채널로도 활용했습니다.

ZATAP이 공개한 프로젝트 결과에 따르면 머플러의 83%에서 디지털 태깅이 발생했고, 상당수 팬이 머플러를 실제 경기 티켓으로 전환했습니다.

다만 Köln의 사례는 정규 시즌 전체 시즌권이 아니라 특정 Innovation Game을 대상으로 한 실증 프로젝트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2023 — FC St. Gallen이 시즌권으로 발전시키다

한 단계 더 발전한 사례가 스위스의 FC St. Gallen 1879입니다.

FC St. Gallen은 2023/24 시즌부터 시즌권 구매자에게 NFC가 탑재된 공식 팬 머플러를 제공했습니다.

당시 구단은 이를 스포츠 구단 최초의 머플러 형태 시즌권으로 소개했습니다.

2023년 7월 22일 FC Basel과의 홈경기에서 실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시즌 전체에 사용하는 시즌권 체계로 NFC 머플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시즌 전체에 사용하는 시즌권 체계로 NFC 머플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FC St. Gallen 웹사이트

FC St. Gallen의 운영정책을 보면 더 흥미롭다

St. Gallen은 현재도 NFC 머플러의 이용 방법과 정책을 상당히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팬은 ZATAP 앱을 설치한 뒤 스마트폰으로 머플러의 NFC 칩을 읽습니다. 이후 자신의 시즌권 번호를 입력하면 시즌권 ↔ NFC 머플러 연결이 완료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NFC 머플러를 등록했다고 기존 시즌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팬은 기존의 디지털 시즌권, 플라스틱 시즌권, NFC 머플러 중 이용 가능한 매체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즌권 하나에 대해 경기당 한 번의 입장만 허용됩니다.

결국 여러 개의 입장수단이 하나의 Season Pass 권한을 공유하는 구조입니다.

ZATAP 웹사이트

머플러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할까?

물리적인 물건을 티켓으로 사용하면 가장 먼저 생기는 질문입니다.

“머플러를 잃어버리면 시즌권도 잃어버리는 것 아닌가?”

St. Gallen은 이에 대한 정책도 마련했습니다.

팬이 머플러를 분실하면 ZATAP 앱에서 해당 머플러를 비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즉, 시즌권 자체와 NFC 매체를 분리하여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머플러를 잃어버렸다고 회원의 시즌권 권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NFC 매체의 사용권한만 차단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는 국내 스포츠 구단에 적용할 때도 중요한 운영 원칙이 될 수 있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입장 이후’다

NFC 머플러의 진짜 가능성은 단순히 경기장 게이트를 통과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FC St. Gallen은 이후 NFC 머플러를 팬 로열티와 게이미피케이션 영역으로 확장했습니다.

머플러로 경기장에 입장하면 출석을 기록하고 포인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특정 횟수 이상 경기를 방문하거나 관련 활동에 참여하면 추가 포인트를 제공하고, 시즌 종료 후 시즌권이나 유니폼 등의 리워드와 연결했습니다.

결국 머플러가 오프라인 팬 행동을 디지털 회원 데이터와 연결하는 접점이 되는 것입니다.


실제 효과는 어땠을까?

솔루션 제공사 ZATAP이 공개한 FC St. Gallen 사례에서는 꽤 흥미로운 결과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NFC 머플러를 이용한 시즌권자의 경기장 입장 속도가 기존 대비 약 2배 빨라졌고, 머플러 보유자의 약 31%가 지속적으로 머플러를 경기장 입장에 이용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NFC를 통한 디지털 콘텐츠 이용시간은 평균 약 4분 23초였으며, 관련 솔루션 페이지에는 St. Gallen 경기장에서 7,655회의 머플러 기반 입장이 기록됐다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구단이 아닌 솔루션 제공사 ZATAP이 공개한 자체 프로젝트 성과 데이터라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NFC가 아니다

NFC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교통카드, 출입카드, 결제, 사원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기술입니다.

그런데 스포츠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각각 떨어져 있던 Ticket, Membership, Loyalty, CRM을 하나의 팬 아이템을 중심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머플러는 스포츠에서 의미가 큽니다.

팬이 경기장에 가져오는 대표적인 MD이면서 동시에 구단의 컬러와 정체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티켓은 경기장에 들어가면 역할이 끝납니다.

반면 NFC 머플러는 경기장에 들어간 이후에도 팬이 착용합니다.

디지털 티켓이 팬의 화면 속에 있다면, NFC 머플러는 팬 경험 자체의 일부가 됩니다.


스포츠의 다음 티켓은 ‘화면’이 아니라 ‘팬의 물건’일 수도 있다

스포츠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지금까지 모바일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종이 티켓은 모바일 티켓이 됐고, 플라스틱 멤버십 카드는 앱 멤버십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유럽 구단의 NFC 머플러 사례는 조금 다른 방향을 보여줍니다.

모든 것을 스마트폰 안으로 넣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능을 다시 팬이 실제로 사용하는 물리적인 물건에 넣는 것입니다.

2022년 1. FC Köln의 경기 단위 실증에서 시작해,
2023년 FC St. Gallen의 시즌권 상용화,
그리고 2026년 DFCO의 프랑스 프로축구 도입까지.

NFC 머플러는 아직 축구 산업의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티켓을 단순한 입장권이 아니라 팬과 구단을 연결하는 하나의 접점으로 다시 설계한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아마 이것일 겁니다.

“팬이 경기장에 들어왔는가?”에서 끝날 것인가,아니면 “그 팬의 경험을 다음 경기까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까지 볼 것인가.

NFC 커넥티드 굿즈는 그 두 가지를 연결할 수 있는 흥미로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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